"선생님, 이상한 소리가 들려요."
상담실을 찾은 한 중학생의 첫마디였다. 처음에는 지나가는 사람의 목소리처럼 들렸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자신을 비난하는 말로 바뀌었고, 어느 순간부터는 밤마다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고 털어놓았다. 아이는 상담을 마무리하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 미친 걸까요?"
전문가들은 청소년이 경험하는 환청을 곧바로 정신질환으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청소년기는 학업 부담과 또래 관계, 가족 갈등, 수면 부족, 정서적 스트레스가 한꺼번에 몰리는 시기로, 심리적 긴장이 높아질 경우 일시적인 감각 왜곡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상담 현장에서는 이러한 경험을 혼자 감당하는 청소년이 적지 않다. 그러나 대부분은 부모나 교사에게 쉽게 털어놓지 못한다. "나만 이상한 것은 아닐까", "친구들이 이상하게 볼 것 같다"는 두려움이 침묵으로 이어지면서 적절한 도움을 받을 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채미화 센터장(채움심리상담센터)은 "청소년기의 환청은 조현병과 같은 중증 정신질환으로 단정할 문제가 아니라, 심리적 부담과 스트레스가 감각 경험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중요한 것은 소리가 들린다는 사실 자체보다 아이가 어떤 심리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살펴보는 일"이라고 설명한다.

부모와 교사가 가장 주의 깊게 살펴야 하는 것은 아이가 보내는 초기 신호다. 이유 없이 자주 놀라거나 방문을 잠그고 혼자 있는 시간이 늘고, 혼잣말이 잦아지거나 밤잠을 이루지 못하는 변화가 반복된다면 단순한 사춘기나 반항으로만 넘겨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특히 "누가 나를 부르는 것 같다", "방 안에 누군가 있는 것 같다", "머릿속에서 소리가 들린다"는 표현은 반드시 귀 기울여야 할 신호로 꼽힌다.
채 센터장은 "환청은 극심한 불안과 우울, 트라우마, 수면 부족, 정체성 혼란 등 다양한 요인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며 "조기에 상담과 평가를 받으면 충분히 호전될 가능성이 높지만, 오랜 기간 방치하면 왜곡된 감각 경험이 반복되면서 일상생활과 대인관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전문가들은 아이가 자신의 경험을 털어놓았을 때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진단이 아니라 경청이라고 입을 모은다. 언제부터 그런 경험이 시작됐는지, 어떤 상황에서 들리는지, 두려움의 정도는 어느 정도인지 차분하게 확인하고 판단보다 공감의 태도를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환청의 내용이 자신이나 타인을 해치도록 지시하거나 극심한 공포를 동반하는 경우에는 정신건강의학과나 전문 상담기관의 도움을 신속히 받는 것이 필요하다.
채 센터장은 "환청을 경험하는 아이를 '이상한 아이'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지금 매우 힘든 시간을 보내는 아이로 이해해야 한다"며 "아이가 어렵게 꺼낸 한마디를 어른이 진심으로 받아들이는 순간부터 회복은 시작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청소년의 환청은 병명을 먼저 붙여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마음이 보내는 구조 요청일 수 있다. 아이가 들었다고 말하는 낯선 소리를 외면하지 않고 끝까지 들어주는 어른의 관심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